1. 서론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컴퓨터 기술을 활용하여 사용자가 현실처럼 느낄 수 있는 인공적인 환경이나 경험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가상현실 전용 기기인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하면 사용자는 완벽히 몰입된 3차원 가상 세계에서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을 통해 다양한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 혼합현실(Mixed Reality)은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과 가상현실의 장점을 결합한 기술로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융합하여 새로운 환경과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교육, 생산, 의료,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로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을 몰입감 있게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혼합현실 및 가상현실 환경에서 HMD를 착용하고 가상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는 사이버 멀미(Cybersickness) 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1, 2]. 사이버 멀미는 가상환경에서 눈의 피로, 두통, 메스꺼움, 어지러움, 방향 감각 상실 등의 증상을 나타내며, 시각 자극과 전정 자극의 움직임 차이 등으로 멀미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며 기술적으로는 낮은 프레임 속도, 동작의 불일치, 시야각 등이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3, 4]. 이는 결국 사용자의 몰입을 저해하며, 가상현실과 혼합현실을 아우르는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기술의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5].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멀미를 완벽히 제거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4].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멀미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화면이 갱신되는 지연 시간을 최소화하거나, 체험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도록 유도하고 시야각을 조정하거나, 시각적 변화 또는 정보를 최소화하는 저자극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의 방법이 제안되고 있다[6–8].
본 연구는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사이버 멀미를 유발하는 원인을 상호작용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함을 핵심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사이버 멀미에 미치는 상호작용 요인으로 탐색(HMD를 착용한 머리를 움직이며 주변을 살피는 과정), 이동(다리를 직접 사용하여 공간을 이동하는 과정), 그리고 조작(가상 객체를 잡거나 제어하는 조작 과정)으로 구분하여 정의한다. 이는 몰입형 가상환경에서 사용자의 몰입, 만족감 등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에 관한 기존의 비교 분석 연구[9-11]를 토대로 핵심 요인을 정의하고, 사이버 멀미의 관점에서 새롭게 비교 분석을 수행하고자 하는 것이다. 각각의 체험환경에서 발생하는 사이버 멀미를 같은 조건에서 비교하기 위하여 같은 공간과 목적을 가지는 대화형 콘텐츠를 각 플랫폼에 맞게 제작한다. 이때, 장비 차이에 따른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모두에서 동일한 HMD를 착용하도록 설정한다. 이전에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 간 멀미 유발 차이를 비교한 연구들이 진행되었지만[12, 13], 대부분 특정 훈련 과정이나 시각 정보 측면에 국한되어 있다. 본 연구는 상호작용 요인의 관점에서 각각의 체험환경이 사이버 멀미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을 목표로, 실험과정을 설계하고 SSQ(Simulator Sickness Questionnaire)[14]를 활용하여 참가자 대상의 설문 실험을 진행하여 통계적으로 비교 분석한다.
2. 관련연구
사이버 멀미는 컴퓨터로 생성된 그래픽 기반의 시각 정보와 사용자가 인지하는 감각 정보의 불일치로 인하여 눈의 피로, 방향 감각 상실, 메스꺼움, 어지러움 등의 부작용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15-18].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가상 환경에서 사용자의 시점 변화에 따른 사이버 멀미의 차이를 비교한 연구[19], 가상현실 HMD에서의 시각적 디스플레이 파라미터가 사이버 멀미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20] 등이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주로 사용자의 행동이나 VR 시각 디스플레이 특성과 사이버 멀미 간의 관계를 비교·분석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가상현실 영상 콘텐츠의 시각적 특성이 멀미를 유발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안한 연구[21], 사용자 간 사회적 상호작용이 사이버 멀미를 완화할 수 있음을 보인 연구[22] 등도 진행되었다. 이와 더불어, 사이버 멀미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설문지인 SSQ의 요인 분석을 통해 가상현실과 연관된 실험 항목 요소로 재구성하여 향후 VR 기기를 기반하는 체험환경에서 멀미를 측정하거나 설계하는 연구에 활용될 것을 목표로 연구[23]가 수행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전반적인 사이버 멀미의 원인과 측정 방법에 대한 검토를 통해 사이버 멀미 감소를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들을 조사하고 향후 연구 및 응용 방향을 제시하였다[24].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에서 사이버 멀미를 비교한 기존 연구들은 주로 제자리에서 상체를 움직이는 조건을 전제로 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참가자가 HMD를 착용한 상태에서 고개를 좌우로 흔들거나, 전방에 나타난 가상의 숫자를 확인한 후 해당 숫자가 적힌 카드를 선택하는 등 비교적 정적인 움직임을 동반한 실험이 대표적이다[12, 13]. 이는 가상현실 환경이 사용자의 현실 공간 정보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체험 중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고려하여 사용자의 움직임을 제한한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혼합현실 환경은 현실 공간 위에 가상 정보를 결합하므로, 사용자에게 비교적 적극적인 움직임과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들은 이러한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본 연구는 가상현실 사용자에게 충분한 체험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유도하고 물리적 충돌로 인한 영향을 사전에 차단한다. 또한,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위해 ‘탐색’, ‘이동’, ‘조작’의 세 가지 세부 조건을 정의하고, 각 조건에서 참가자가 경험한 사이버 멀미의 강도를 측정한다.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사이버 멀미의 원인을 비교·분석하고,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사이버 멀미를 효과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3. 통합개발환경
본 연구는 완전 그래픽 기반의 가상현실 환경과 현실 공간을 기반으로 가상 그래픽 정보가 합성되어 표현되는 혼합현실 환경에서 체험 방식에 따른 사이버 멀미 비교 분석을 위하여 각 플랫폼을 기반으로 실험 콘텐츠를 제작한다. 체험환경은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모두 Meta Quest 3 HMD로 통일하여 장비에 따른 사이버 멀미 발생 요인 (무게, 착용감 등)을 제외한다. 통합개발환경은 Unity 엔진[25]을 기반으로 Meta XR All-in-One SDK[26]를 활용하여 구축한다.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체험환경의 기술적 특성을 제외한 조건(같은 컨트롤러 장비와 입력 방식 등)은 모두 같게 설정하여 비교 분석 결과의 타당성을 높이고자 한다. Figure 1은 본 연구에서 실험 콘텐츠 제작을 위해 Unity 엔진을 기반으로 Meta XR All-in-One SDK를 활용하여 구축한 통합개발환경 일부를 나타낸 것으로, Camera Rig, Controller Tracking 등 Building Block의 주요 기능들을 통해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세 가지 상호작용 요인을 구현한다.

4.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실험 환경 설계
사이버 멀미 비교 분석을 위해 본 연구에서 제작하는 실험 콘텐츠는 HMD를 착용한 사용자가 머리를 회전하여 가상환경 및 객체를 탐색하고, 다리를 직접 사용하여 이동을 수행하며 전용 컨트롤러 입력을 통해 가상 객체를 조작하는 상호작용 기능이 포함되도록 시나리오를 구성한다. 구체적인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는 현실과 가상의 임의 공간에 숨겨진 가상의 퍼즐 조각을 시선을 옮겨 탐색하고 이동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그리고, 컨트롤러를 통해 찾은 가상 퍼즐 조작을 잡고 옮기는 등의 행동과 지정된 위치에 배치된 퍼즐 판에 올바르게 배치하는 일련의 조작 과정으로 퍼즐을 완성하면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사용자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행동을 유도하기 위하여 가상 퍼즐 조각을 책상 아래, 모니터 뒤, 서랍 안 등 찾기 어려운 위치에 배치하였다. Figure 2는 콘텐츠 체험이 진행되는 실험 공간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실 기반의 혼합현실과 달리 가상현실 장면은 전적으로 그래픽에 의존해 표현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래픽의 완성도가 낮을 경우 사용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사이버 멀미의 시각적 요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가능한 한 현실감 있게 느껴질 수 있도록 완성도 높은 가상 장면을 제작하였다.

본 연구는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에서 사용자가 합성된 가상 객체 또는 현실과 차단된 가상환경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의 사이버 멀미 요인을 비교 분석하기 위하여 상호작용 요인을 탐색, 이동, 조작의 세 가지 세부 조건으로 정의한다. Figure 3은 탐색 상호작용의 일부를 나타낸 것으로, 실험 콘텐츠의 주요 목표인 가상 퍼즐 조각을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혼합현실의 경우, 가상현실과 다르게 현실 공간 내에 가상 퍼즐을 배치하기 때문에 현실 공간의 기하학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서랍 안에 퍼즐이 들어가 있음에도 밖에 나온 것과 같이 보이거나 책상 밑에 있는 퍼즐이 책상과 동떨어진 위치에 배치되어 이질감이 느껴질 수 있다. 혼합현실 체험환경은 Meta Quest 3의 패스스루 카메라를 통해 현실 공간을 촬영하여 가상 객체를 합성한 최종 이미지를 렌더링한다. 이때 오클루전(occlusion)을 통해 카메라의 깊이(depth)를 조절하여 현실 공간의 객체와 정확하게 연결된 조건에서 가상 퍼즐 조각을 배치할 수 있도록 구현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혼합현실 사용자는 실제 서랍을 열어 퍼즐을 찾는 행동을 수행할 수 있다 (Figure 3). 가상현실 환경 역시 같은 방식으로 가상 서랍 객체를 열어 퍼즐을 찾도록 구현함으로써 두 체험환경 간 사용자 경험의 일관성을 유지하도록 한다.

다음은 이동 상호작용이다. 혼합현실은 현실 공간 위에 가상 객체를 정확한 위치에 배치하기 위하여 현실 공간의 기하학적 정보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Meta Quest 3에서 제공하는 장면 스캐닝 기능을 활용하여 실험을 위한 현실 공간의 기하학적 구조와 함께 사물 배치, 구성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가상 객체를 배치함으로써 현실과 가상 객체가 정확하게 대응되는 결과를 생성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현실 공간에서의 혼합현실 사용자의 정확한 위치를 계산할 수 있어 정확한 이동이 가능하게 한다. 단, 가상현실 사용자는 다리를 사용하여 직접적인 이동 행동을 수행하는 경우 물리적 장애물이 실험 진행에 제약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장애물이 없는 넓은 현실 공간을 선정하고 배치된 가상 공간 내에서 가상 퍼즐을 활용한 실험 콘텐츠를 진행하게 된다. Figure 4는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사용자가 제공된 현실 공간에서 이동 상호작용을 통해 실험 콘텐츠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지막 상호작용은 조작 과정이다. 실험 콘텐츠 진행을 위하여 필요한 조작 과정은 크게 가상 퍼즐 잡기, 옮기기 그리고 퍼즐 판에 조립으로 구성된다. 본 연구는 조작 상호작용을 위하여 전용 컨트롤러를 활용한 입력 기능을 구현한다. 사용자는 정의된 키 입력을 통해 가상 퍼즐을 조작하여 실험 콘텐츠에서 제시된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Figure 5는 실험 콘텐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사용자가 각각 조작 상호작용을 통해 퍼즐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5. 실험 및 분석
본 연구는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에서 정의한 세 가지 상호작용 요인을 토대로 사이버 멀미의 차이 분석을 위해 같은 시나리오의 실험 콘텐츠를 각각 체험하고 설문 실험을 진행하였다. 설문 실험은 SSQ를 활용하여 진행한다. 이는 가상현실이나 시뮬레이터 사용 중 발생하는 멀미 증상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자기보고형 설문지로 메스꺼움(Nausea), 안구 운동 불편(Oculomotor), 방향감각 상실(Disorientation) 세 가지 하위척도로 구분되는 16개의 증상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항목에 대해 4점 척도의 점수를 부여한다. 본 연구는 실험 콘텐츠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의한 탐색, 이동, 조작의 상호작용 요인을 구분하여 SSQ의 설문 문항을 토대로 사용자의 응답 결과를 기록하였다. 설문은 다음의 세 가지 상호작용에 맞춰 사이버 멀미 경험을 각각 기록한다.
참가자는 상호작용 별로 경험한 사이버 멀미 정도를 확인하기 위하여 3번의 SSQ 설문을 작성한다. 그리고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을 순서대로 모두 체험한 다음 비교 분석을 수행하기 때문에 총 6번의 결과를 기록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에서 발생한 사이버 멀미의 원인, 참가자별 특성 등 주관적 요인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하여 주관적 질문을 통한 설문을 함께 진행하였다. 설문 실험 참가자는 만 21세~25세의 총 12명으로 4명의 남성과 8명의 여성으로 구성된다. 사이버 멀미의 주요 원인으로 사용자의 이전 가상현실 경험에 따른 사이버 멀미의 유무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을 고려하여 가상현실 콘텐츠 체험 경험이 있는 사용자와 없는 사용자를 모두 실험 참가자로 구성하였다. 이전 가상현실 경험이 있는 참가자는 7명, 경험이 없는 참가자는 5명이었다. 경험이 있는 참가자 중에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인원이 6명, 월 1~2회 사용하는 인원이 1명이며, 대부분 VR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인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 참가자 12명 중 절반인 6명은 가상현실 환경을 먼저 체험하고 나머지 절반은 혼합현실 환경을 먼저 체험하도록 하였다.
참가자들이 기록한 설문 결과를 토대로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우선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의 설문 집단 간 등분산 검정을 수행한다. 본 연구는 Levene’s test를 통해 등분산 검정을 수행하고 등분산 검정 결과에 따라 Student’s t-test(등분산 가정)와 Welch’s t-test(등분산 검정 기각)를 통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도록 계획하였다[27]. 참가자는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에서 제작된 실험 콘텐츠를 각각 체험하고, 탐색, 이동, 조작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SSQ 문항에 맞춰 결과를 기록한다. Table 1은 SSQ의 세 가지 하위척도에 맞춰 본 연구에서 정의한 세 가지 상호작용 요인에 따른 평균과 표준편차를 나타낸 것이다. 또한,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기 위한 t-검정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Levene’s test를 기반으로 등분산 검정을 수행한 결과 모든 설문 응답 결과에 대해서 등분산이 가정(p>0.05)됨을 확인하였다. 이에 따라 통계적 유의성을 위한 분석으로 Student’s t-test를 통해 분석을 진행하였다. 우선, 사이버 멀미의 관점에서 혼합현실 환경이 가상현실 환경과 비교하여 전반적으로 모든 요인과 항목에서 큰 값을 기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부 요인별로 비교해보면, 탐색 상호작용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사이버 멀미가 발생하였고, 이동, 조작 상호작용 순서대로 사이버 멀미가 높게 유발됨을 확인할 수 있다. SSQ의 세 가지 하위척도를 살펴보면, 모든 상호작용 요인에서 안구 운동 불편(oculomotor) 항목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정의한 세 가지 상호작용 요인은 기본적으로 시각적 움직임에서 행동이 시작된다. 따라서, 안구 운동 불편으로 인한 높은 피로도는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 모두에서 사이버 멀미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동 상호작용의 경우, 제자리에서 행동을 수행하는 탐색, 조작 상호작용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동적인 움직임이 많아 두 환경 간 많은 차이를 보인다. 동적인 행동으로 인한 시각 정보 변화의 차이가 크게 발생하고, 이에 따라 혼합현실 환경이 가상현실 환경과 비교하여 사이버 멀미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결과를 Meta Quest 3의 혼합현실 구현 방식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Meta Quest 3은 Microsoft HoloLens 2와 같이 완전한 투명 디스플레이 기반의 혼합현실 기기가 아닌 현실의 Meta Quest 3 전면에 장착된 카메라로부터 촬영된 영상으로부터 현실 공간을 그래픽 이미지로 렌더링하여 출력하는 패스스루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취하는 여러 행동 과정에서 신체의 흔들림, 시야 이동 등이 발생하고, 카메라를 거쳐 디스플레이를 통해 이미지가 렌더링되기까지 지연이 생기면 화면이 일그러지는 현상이나 시각적 정보와 신체 감각 간의 불일치가 발생하는 문제가 유발된다. 이러한 감각의 불일치로 인하여 혼합현실 환경에서 사이버 멀미가 더욱 크게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 통계적 유의성 검정을 위해 수행한 Student’s t-test 결과 모든 상호작용과 세부 척도에서 유의미한 차이(p-value < 0.05)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t-value를 나타내는 값에서 모든 결과가 음수의 값을 보이고 있고, 이는 하나의 비교 환경에서 일괄적으로 높은 점수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체험 순서가 사이버 멀미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기 위해, 참가자 중 절반은 혼합현실 환경을 나머지는 그 반대의 순서로 체험하도록 실험과정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체험 순서에 따른 사이버 멀미의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참가자를 총 4개의 집단으로 구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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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가상현실을 먼저 체험하고, 가상현실에서 사이버 멀미를 측정한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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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가상현실을 먼저 체험하고, 혼합현실에서 사이버 멀미를 측정한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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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혼합현실을 먼저 체험하고, 가상현실에서 사이버 멀미를 측정한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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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혼합현실을 먼저 체험하고, 혼합현실에서 사이버 멀미를 측정한 집단
이들 집단 간의 등분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Levene’s test를 수행하였고, 그룹 간 사이버 멀미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독립 표본 t-검정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p > 0.05).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체험 순서가 사이버 멀미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혼합현실 환경과 가상현실 환경에서 참가자들이 느끼는 사이버 멀미의 원인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참가자들이 주관적으로 인지하는 사이버 멀미의 원인과 배경을 세부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주관적 설문 평가를 진행하였다. Table 2는 주관적 설문 평가를 위해 본 연구에서 정리한 설문 문항이다.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에서 발생한 사이버 멀미의 차이에 대한 인식 여부와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종합적인 응답 결과 참가자들 가운데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 사이의 사이버 멀미 차이를 느낀 참가자는 총 9명(75%)이었다. 사이버 멀미 차이를 인지하지 못한 이유로 “멀미를 잘 느끼지 않는 체질”과 “콘텐츠의 자극 부족”을 답변하였다.
사이버 멀미 차이를 인지한 9명 중 4명은 가상현실 환경에서 더 심한 사이버 멀미를 느꼈고, 5명은 혼합현실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사이버 멀미를 더 경험하였다고 응답하였다. 가상현실 환경에서 사이버 멀미를 유발한 주요 원인 응답 결과는 “시각적 피로감”, “공간 부족으로 인한 이동의 제약”, “가상 공간과 현실 감각 간의 괴리” 그리고 “콘텐츠의 낮은 그래픽 품질로 인한 몰입도 저하” 등이 있었다.
현실 장면과 가능한 높은 품질로 가상 장면을 구성하려고 하였음에도 그래픽 품질의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였고, 예상한 대로 사이버 멀미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보였다. 이동 상호작용에서의 물리적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장애물이 없는 현실 공간에서 체험하였음에도 역시 제약이 발생하였다. 이는 본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가상현실 환경이 사이버 멀미에 미칠 수 있는 원인으로 예상하였고, 이에 대한 대비를 고려하였음에도 여전히 사이버 멀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하였다. 혼합현실 환경에서 사이버 멀미를 유발하는 원인과 관련해서는 “현실 장애물로 인한 콘텐츠 진행의 불편함”, “왜곡된 시야로 인한 어지러움”, “가상 객체와 현실 환경 간의 시각적 불일치로 인한 인지부조화” 그리고 “자신의 실제 움직임과 시야에 나타난 움직임의 불일치”를 응답 결과로 작성하였다. 패스스루 방식의 혼합현실 장비의 특성으로 인하여 안구 운동 불편의 결과를 보일 것으로 판단하였던 것과 같이 시야, 시각과 관련된 부분들이 많은 원인으로 작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요한 점은 사이버 멀미에 대한 절대적인 수치는 혼합현실 환경이 높게 나타났지만, 상대적인 비율은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에 큰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6. 한계 및 토의
본 연구는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과 사이버 멀미와의 관계를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비교 분석함을 목적으로 실험 콘텐츠를 제작하고 설문 실험을 진행하였다. 비교 분석 결과 혼합현실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사이버 멀미를 나타냄을 확인하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이유로는 체험환경 구축을 위해 사용한 기기의 제약, 콘텐츠의 자극이 사이버 멀미를 유발하기에는 풍부한 상호작용과 행동을 담고 있지 못한 점, 이 외에도 참가자의 성향이나 특성 등을 세부적으로 분류하여 실험을 진행하지 못한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부족한 실험 참가자 수와 함께 사이버 멀미에 대한 경험 유무를 고려한 설문 집단 등의 문제를 개선한다면 사이버 멀미에 영향을 미치는 상호작용 요인에서 세부 척도별 유의미한 차이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Kirollos and Merchant이 수행한 가상현실과 혼합현실 HMD에서의 사이버 멀미 비교에 관한 연구[12]에서는 가상현실 환경에서의 사이버 멀미가 높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단, 기존 연구의 실험에서 사용한 혼합현실 HMD는 Microsoft HoloLens 2로 본 연구와는 다른 방식으로 렌더링되는 장비이다. 실험의 조건이나 콘텐츠의 차이가 사이버 멀미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할 수 있지만, 본 연구에서 사용한 Meta Quest 3 HMD는 완전 투명 디스플레이 기반이 아닌 카메라 기반의 패스스루 방식으로 렌더링되는 차이로 인하여 모션 블러, 시야 왜곡 등이 발생하여 혼합현실 조건에서 더 높은 사이버 멀미를 유발하였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혼합현실 HMD의 차이, 특징 등을 고려하여 상호작용에서의 사이버 멀미와의 관계를 분석한다면 구축하고자 하는 혼합현실 체험환경에서 사이버 멀미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주관적 설문 평가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내용으로, 콘텐츠의 구성이 단순하고 다양한 상호작용을 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사이버 멀미를 비교 분석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탐색, 이동, 조작 상호작용을 다양하게 설계하고 콘텐츠에 반영해 나간다면 사이버 멀미에 관한 비교 분석을 깊이 있게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참가자 중 사이버 멀미를 느끼지 못한 이유로 멀미를 느끼지 않는 체질이라는 부분을 초기에 배제하지 못하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MSSQ[28]를 이용하여 실험 참가자의 멀미 민감도와 멀미 경험에 관한 개인 차이를 고려하여 실험 참가자를 구성하고 더 많은 수의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여 실험 결과의 타당성과 신뢰도를 높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정의한 탐색, 이동, 조작의 상호작용 요인이 콘텐츠에 반영되는 과정은 주관적인 시나리오이다. 따라서, 정확한 측정지표에 관한 신뢰도가 부족하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향후 연구를 통해 VRSQ[23]에서 활용한 탐색적 요인 분석, 확인적 요인 분석 기법 등을 통해 상호작용 요인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7. 결론
본 연구는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환경에서 사용자가 경험하는 사이버 멀미의 정도를 탐색, 이동, 조작의 상호작용 요인으로 구분하여 정의하고, 각 환경에서의 사이버 멀미 유발 원인과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실험 콘텐츠를 제작하였다. 혼합현실과 가상현실 체험환경 구축을 위해 Meta Quest 3 HMD와 전용 컨트롤러를 활용하였고, Unity 엔진을 기반으로 Meta XR All-in-One SDK를 활용하여 통합개발환경을 구축하였다. 실험 콘텐츠는 탐색, 이동, 그리고 조작의 상호작용을 반영한 시나리오로 구성되었으며, 현실과 가상 공간에 각각 배치된 가상 퍼즐을 찾아 조립하여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콘텐츠를 기반으로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실험을 진행하였다. 설문 실험에는 SSQ의 척도와 문항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Levene’s test와 t-검정을 통해 통계적 분석을 수행하였다. 비교 분석 결과 혼합현실 환경에서 전반적으로 사이버 멀미 수준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 환경 간에 가장 큰 차이를 유발한 척도는 안구 운동 불편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주관적 평가 분석을 통해서 혼합현실 환경에서는 시야 왜곡, 모션 블러, 현실 요소와의 불일치로 인한 인지부조화 등의 원인을 가상현실 환경에서는 시각적 피로감과 공간 제약 등의 사이버 멀미 유발 요인으로 나타났다. 사이버 멀미의 가장 핵심 요인은 시각적 요인이 가장 크게 나타난 것을 통해서 가상현실 콘텐츠에서의 그래픽적 완성도 향상, 혼합현실 콘텐츠에서 현실 장면과 합성되는 가상 객체의 렌더링 향상을 위한 HDRP, 그림자 및 조명 처리 등의 기술 등을 고려한다면 사이버 멀미를 최소화하면서 몰입형 콘텐츠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