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국내는 2008년부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장애 인식개선 교육이 일부에게 시행되었다. 2016년 이후, 장애인복지법 시행으로 교육기관과 공공단체에서는 학생과 단체의 직원을 대상으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연간 1회 이상 의무적으로 확대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시행된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체 장애인의 약 80%가 아직도‘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많다’고 대답하였다[1]. 이는 비장애인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기존에 진행되는 인식 개선 교육의 실질적인 효과에 검토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시행되는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은 장애에 대한 정보와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국가에서 지정한 한국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제공하는 교육은 모두 이론 위주의 시각 자료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교육을 통해서는 교육이 원래 의도한 실제 장애인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개선을 이끌어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시는 사회인식 개선 사업의 목적으로 장애인편의시설 인식 개선 체험프로그램인 「희망 나루」 행사를 2019년 4월부터 시행 중이다. 3구역으로 조성된 세트에서 지체장애 체험, 시각장애 체험, 편마비 장애 체험이 이루어진다. 체험 형식이라는 점에서 「희망 나루」는 기존의 강의식 교육보다 깊이 있는 이해를 제고할 수 있지만 한계점들이 여전히 많다. 한 예로, 시각 장애 체험의 경우 안대를 착용한 후 지팡이를 사용하여 점자블록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실제 시각장애인들 중 전맹(1m 미만의 거리에서 지수를 인식하지 못하는 시각장애)은 2017년 보건복지부 제공 기준 약 12%에 불과하다. 나머지 시각장애인은 부분적인 시력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다양한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는 미치지 못한다. 또한, 위와 같은 체험 형식의 교육은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차별과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하는 교육이 차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은 시간과 공간에 제한된 체험은 대상의 확대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COVID19로 인해 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모임과 체험이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즉, 공간과 물리적인 요소를 동원한 체험 방식의 효율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VR(Virtual Reality, 이하 VR)은 HMD(Head Mounted Device, 이하 HMD) 디스플레이와 콘트롤러를 기반으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완전한 가상의 공간에서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실감 있는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체험형 콘텐츠 제작에 활용된다. 초기 VR은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나 점차 레저, 산업기술 시뮬레이션 분야 그리고 교육분야로도 확장되어 활용되고 있다. 2018년 11월 우리나라 교육부는 VR 교육 콘텐츠 보급을 시범적으로 실시하였고, 실제로 2019년 한 해 동안 경기도 의정부의 솔뫼초 학생들은 10시간의 역사 탐방 체험을 VR 교육을 통해 진행하며 높은 몰입 뿐만 아니라 학습효과 측면에서도 좋은 반응을 일으킨 바가 있다[2].
이와 같이 VR기술 기반의 콘텐츠는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실감형 체험을 제공할 수 있고, 교육적인 측면에서의 몰입을 통한 높은 학습효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 장애인식개선 교육에서 정체되어 있는 교육의 형식과 방법에서 시공간을 뛰어넘는 체험 중심의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VR 콘텐츠는 좋은 도구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에서는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장애인 체험 교육을 위해, VR 기반의 교육 콘텐츠로 기획, 설계 하고, 이를 구현을 한 후, 사용자들의 인식에 미치는 효과를 검토하고자 한다. 연구의 범위는 장애의 분야 중 가장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올 수 있는 시각장애에 국한하여 시범 연구를 하고자 한다.
2. 선행 연구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현재, 장애인 당사자의 장애 차별에 대한 민감성이 높아지며 개인의 경험과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장애 차별에 대한 인식이 민감해지고 있다.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현재 본인의 장애 때문에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 정도에 대한 질문에 56.9%가 본인이 차별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그 중 청소년 집단이 60.5%로 차별을 느끼고 있다는 인식이 가장 강했다[3]. 이는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층에 장애 인식 개선에 관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미래의 사회를 이끌어나가게 될 주체인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차별 없는 사회와 그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위한 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기성 세대들이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반드시 이어 나가야하는 숙제이다.
정부는 학교 및 회사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장애인 교육 공단에서 제공하는 모든 교육 자료는 PPT와 동영상으로 이루어진 시각자료 두 가지로, 학교 및 직장 내에서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인식 교육이 마치 주입식 이론 공부와 같이 단방향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적합한 장애 인식 교육 프로그램 및 교재가 부재한 상황이다. 2019년 9월 기준, 교육 대상기관 중 약 70%를 차지하는 유아 교육기관에 적합한 장애인 인식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가 부족하다는 점이 현재 2020년까지 여러 차례 지적되고 있다.
이렇게 지체되어 있는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맞서 여러 기관에서 장애인의 고충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장애인 체험 캠프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희망 나루」에서는 2017년부터 대학생 및 회사원을 대상으로 장애인 체험 캠프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매년 참가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로, 2019년 새롭게 실시한 장애인 편의 시설 인식개선 체험 프로그램은 실제 장애인 편의 시설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는 반응을 얻었다.
지난 2019년 6월, 문화 체험 관광부가 롯데시네마와 함께 영화 상영 전 4D 환경을 이용하여 장애인 체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색 캠페인을 진행하고, 시민들의 반응과 인터뷰를 영상에 담았다. 해당 영상은 폭발적인 반응과 함께 누적 조회수가 30만건에 달했으며, 영상만으로 체험 상황을 접한 시민들 역시 “저런 체험은 언제든 좋다”.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와 같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긍정적인 참여 희망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인원에게 체험 환경을 제공하지는 못하면서 아쉽게 마무리되었다.
이처럼 정부 주도의 장애 인식 교육의 방법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관, 기업 등에서 사회적 책임을 위한 캠페인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확산을 위한 효과적인 교육 모델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는 실정이다.
장애 인식 교육에 대한 방법과 교육 대상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김미혜(2001)의 ‘장애체험 교육이 장애인 인식변화에 미치는 영향’ 에 따르면 중고등학생, 대학생, 자원 봉사자 26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애 체험이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에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4]. 또한 주우민 (2012)의 ‘장애 인식개선 교육이 초등학생의 장애 수용에 미치는 영향’ 에 따르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 방법에 따른 장애 수용 태도 결과에서 다양한 인식개선 교육 방법 중에서도 이론교육과 체험교육을 병행했을 때 교육 내용에 대한 수용 태도가 가장 크게 향상된다고 보고되고 있다[5].
현재 시각장애 인식 교육은 단순히 눈을 가리고 주어진 길을 타인에 의지하여 진행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지적된다.
첫째로 안전성의 문제이다. 크리에이터 허팝Heopop은 ‘허팝 교통사고 당할 뻔?! 눈 가리고 밖에 나가 대중교통 이용하기 (시각장애인 체험)(If you go blind, can you go out?)’ 제목의 영상을 개인채널에 업로드 했다[5]. 해당 영상에서 허팝은 실제로 현재 장애인식 교육에서 높은 비중으로 실행되고 있는 모의체험 방식을 이용했다. 검은 테이프를 두른 물안경을 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체험을 진행한 허팝은 체험 중 횡단보도 음향 신호기 소리가 나지 않아 건너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며, 남은 시간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실제로 사고가 날 뻔 하며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 도보에 나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위였는지를 보여준다. 해당 영상은 누적 조회수 160만건에 달했으며, 댓글 반응에서는 “만약 혼자라면 어디라도 못 돌아다닐 것 같다”, “눈을 가리고 체험하는 것은 너무 위험한 것 같다”와 같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을 간접체험 한 느낌에 대한 의견을 비롯해 “이런 체험은 집이나 좀 넓고 위험한 요소가 없는 곳에서 하는게 좋을 것 같다”와 같이 직접적인 위협을 받을 수 있는 체험은 위험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눈을 가리는 등의 체험 방법이 실제 상황에서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둘째로 한 번의 교육에 상대적으로 많은 도움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실제로 겪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인원과 만약을 대비해 학습 대상자와 동행할 안전 요원 등을 생각하면 한 명의 모의 장애체험을 위해 최소한 세명 이상의 인력이 요구된다. 즉 교육의 효율성 측면에서 많은 교육대상자를 수용하기에 어려운 교육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공간적인 제약과 한계가 있다. 시각장애인 체험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은 실제 시각 장애인이 일상에서 흔히 겪은 불편함을 공감하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먼 거리를 나갈 수 없도록 체험 가능 공간이 한정 되어있는 환경은 학습 대상자에게 있어서 시각 장애인의 불편함에 대해 고민하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해 제약을 두는 요소가 된다. 또한 이러한 교육은 실제 홀로 다니는 시각 장애인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시각장애인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 공감을 유도하면서 앞서 언급한 다양한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VR을 통한 장애 인식 교육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VR은 실제 현실과 같은 환경이나 상황을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제작한 가상 환경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해당 환경과의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초기 VR의 낮은 해상도, 콘텐츠의 부재와 어지러움증 등의 단점은 VR기술과 콘텐츠 시장의 성장전망에 대한 회의감을 줬지만, 지속적으로 적합한 분야가 개발되고, 그 효과가 검증되고 있으며 현재 침체는 초기 시장형성 과정의 성장통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간주된다[6].
영국 알츠하이머 연구소(Alzheimer’s Research, UK)에서는 치매 간병인 교육으로 치매를 앓는 느낌을 주는 가상 환경을 제공하여 치매 환자가 겪는 상황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치매 환자에게는 VR을 활용하여 환자가 과거 자주 갔던 곳, 혹은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보여주어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경감시키는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7]. 산업연구원(KIET)의 VR의 주요 분야별 활용 사례 중 교육부분을 보면 화재 현장 등 위험한 환경에서의 훈련 등과 같이 직접적인 활동이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활동에 대해서 VR 환경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위 사례와 같이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VR의 활용이 활발히 이루어 지고 있다.
3. 시각 장애 인식개선 VR 콘텐츠 연구
본 연구에서는 기존 장애 인식개선을 위한 강의식 교육을 체험식 교육으로 전환하면서, 공간 구축과 보조 인력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참여하는 사용자들에게 최소의 위험으로 최대의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VR을 기반으로 시각 장애인의 하루의 삶을 체험해볼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한다[8]. 콘텐츠의 ‘Hear Me Later’ 로 시각 장애인에게 “See you Later”가 결례라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의미를 내포한다. 주 타겟은 장애 인식 교육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고 향후 평등한 공존의 사회를 구축하는 주체가 될 비장애인 중고등학생으로 선정하고, 부타겟으로는 20대의 청년들로, 고등학교 졸업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사한 경험에 대한 공유가 가능한 대상으로 한다.
‘Hear Me Later’ 콘텐츠는 프롤로그 영상을 시청한 후, 교육의 대상인 비장애인이 시각 장애인의 시야로 하룻동안의 일상을 VR로 체험하고, 마지막 결과 화면을 통해 자신이 경험한 시각장애에 대한 정보를 얻고 체험을 마무리한다. 사용자들의 주요 체험은 시각 장애 중에서도 시각 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앓고 있는 4가지 시각 장애인 저시력, 중심부 시야, 터널 시야, 비 특이성 시야를 랜덤으로 제공받아 콘텐츠를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VR 체험에 앞서, 시청하는 프롤로그 영상에서는 국가에서 지정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에 들어가는 필수 내용으로 주요한 이론 내용을 간결하게 전달하고, VR 체험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제공한다. 사용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시각장애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하면서 향후 진행될 VR 체험에서 집중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데, 중요한 목표를 둔다.
사용자가 이어서 진행하는 VR 체험은 여러 개의 장소인 맵과 사용자들이 수행해야하는 미션인 퀘스트로 구성한다. 주 타겟이 중고등학생인 점을 감안하여 일반적인 학생들이 아침 기상부터 저녁 귀가시간까지의 매일 평범하게 겪는 일상에서 시각장애인의 시각으로 살아 보기를 하는 것을 주요한 테마로 맵과 세부 퀘스트를 구성한다.
퀘스트 설계를 위해 우선, 시각장애인 겪는 어려움 요소는 문헌 조사와 함께, 서울예대에 재학 중인 시각 장애인 2급인 K군과의 인터뷰를 2019년 10월 11일 오후 1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수행하며 표 1과 같은 5가지 주요한 요소들을 도출하였다.
Order | Situation |
---|---|
1 | Crossing traffic lights |
2 | Finding the classroom |
3 | Finding books in the library |
4 | The lack of braille books |
5 | Studying on the blackboard |
또한 장애 인식개선 교육의 주타겟이 되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실시하여 시각장애 체험으로 희망하는 요소들을 수집한다. 2019년 10월 11일부터 17일까지 6일 간 60명으로부터 의견을 수집한 결과,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은 ‘길 찾기’ 로, 시각 장애인들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길을 어떻게 찾아가는지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한 학교에서는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도 그리고, 본인이 원하는 물건을 찾는 것에 있어서도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궁금하다는 답변을 받았고, 그 결과는 표 2와 같다.
Ranking | Situation |
---|---|
1 | Finding the right way |
2 | Experience in school life |
3 | Finding the things you want at home |
‘Hear me Later’의 VR 체험을 위한 맵은 중고등학생들의 하루 생활과 반복적인 활동이 일어나는 집, 등교길, 학교, 하교 길을 주요한 체험의 공간으로 설정한다. 그리고 각각의 맵에서는 표 1과 표 2에서 수집한 요소들을 활용하여 사용자들이 수행해야 하는 10가지의 퀘스트를 최종적으로 선정하여 표 3과 같이 구성하였다.
우선, 맵1인 집은 침실, 주방, 거실로 구성되어 있다. 사용자는 기상 후, 알람을 끄는 퀘스트를 해결하게 되면 바로 앞에 있는 주방에 가서 사이다를 찾아야 한다. 또한 사용자가 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으로, 주방이 아닌 곳에 도달하게 되면 “주방이 아니다.”라는 음성을 제공하여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주방에서 사이다를 집으면 현관문을 찾아서 집 밖으로 나가야한다. 집안의 동선을 단순하게 설계하지만, 정확한 대상을 찾고, 일상을 이어가는 것의 어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시작한다.
맵 2인 등교길에서는 도로를 따라 안전하게 학교까지 도달해야한다. 시각보다는 청각에 의존하게 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생활 속 청각들이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특정한 구간을 지나면 개가 짖는 소리와 차 소리가 나도록 설계한다. 이렇게 길을 찾아 무사히 학교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다.
맵 3인 학교에서는 학교의 복도와 반 내부의 공간을 경험한다. 우선, 복도에서는 반 팻말을 보고 자신의 반을 찾아서 들어가야한다. 칠판에 제시된 속담에 맞는 바른 카드를 책상에서 찾는 퀘스트를 수행한다. 이는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 학업을 마쳐야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맵4인 하교 길은 맵2와 동일한 공간이지만, 시간대가 밤으로, 어두운 조명의 어두운 귀가길에서 무사히 집에 도달해야한다. 가는 길에 가로등이 깜빡 거려 시야를 방해하기도 하고, 자칫 길을 잘 못 들어서면 학교 앞에서 다시 집으로 가는 것을 시작해야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빛의 유무와 간섭 등으로 시각 장애인이 겪는 불편함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집에까지 무사히 도착하면 모든 맵과 퀘스트 수행을 마치고 VR 체험이 종료된다.
VR 체험 맵은 사용자의 동선에서 높은 수준의 헷갈림과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효율적이고 간단한 동선을 고려하여 그림 4와 같은 도면을 기반으로 구성한다.
사용자들은 앞서 언급한 그림 3의 4가지 시각장애의 시야 를 랜덤으로 제공 받기 때문에 일반적인 환경과 퀘스트 수행에 있어서 불편함을 겪게 된다. 사용자들의 동선을 가이드 하고, 퀘스트 수행을 돕기 위해 청력에 의존하도록 AUI로 안내를 제공한다. 또한 불편한 시각이지만, 자신이 수행해야하는 퀘스트를 가이드 받을 수 있도록 이펙트를 제공하여 사용자들의 체험을 시청각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한다.
전체적인 ‘Hear me Later’의 콘텐츠 서비스 블루스크린을 제공되는 콘텐츠, 사용자 액션, 온스테이지 액션, 백스테이지 액션, 지원 프로세스로 구성하였고, 이는 그림 5와 같은 흐름과 구조를 가지게 된다.
메인화면에서는 시작하기, ‘‘Hear Me Later’ 소개, 컨트롤러 사용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버튼이 배치한다. VR 체험 버튼을 강조하여 주 과업을 빠르고 직관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VR 콘텐츠 시연을 위한 컨트롤러 사용 방법 안내 화면은 실제 컨트롤러 이미지를 배치하여 버튼에 대한 설명을 텍스트로 보여준다. 화살표 버튼을 누르면 측면에서의 컨트롤러 사용 방법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였다.
VR 체험이 이루어지는 4개의 맵은 일반적인 경험과 유사하게 구성하되, 퀘스트 진행에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복잡도를 낮추고 주요한 정보가 잘 드러나도록 시각화 하였다.
퀘스트 수행을 유도하기 위한 액션은 특정 오브젝트에 이펙트를 추가하여 제공한다. 그림 8은 알람 끄기, 냉장고에서 사이다 꺼내기, 자신의 교실을 찾아서 들어가기를 유도하는 이펙트 예시이다.
‘Hear me Later’의 VR 체험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은 시각 장애인의 시야를 통해 세상을 보고 활동을 하는 것이다. 중심부 시야, 터널 시야, 비 특이성 시야의 구현은 사용자 카메라의 렌즈에 각 시각 장애들이 표현된 PNG를 씌워서 구현하였고, 저시력 시야는 본 콘텐츠의 주요 개발 툴인 UNITY 내부에 블러(Blur)를 활용한 셰이더를 입혀 구현하였다. VR 콘텐츠내에서 사용자의 움직임은 Oculus 사에서 제공하는 Oculus Integration API를 활용하였다. 사용자는 왼쪽 컨트롤러의 조이스틱을 통해 이동할 수 있으며,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고 안전 감독관이 있는 환경이라면 직접 걷는 것으로 가상환경 내에서의 이동이 가능하다. 오브젝트와 체험 대상자 간의 상호작용은 기존 VR 콘텐츠에서 많이 차용한 방법인 버튼을 눌러 작용되는 방식을 따랐다. 또한 주어진 과업을 수행할 때 체험 대상자가 의도되지 않은 장소로 이동했을 시 경고 음성을 들려주고, 2분 동안 다음 진행사항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자동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제작하여, 체험 시간이 지나치게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고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개발하였다. 이는 VR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가 체험을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어지러움을 겪음으로써 체험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가 반감되는 막는 중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각 시각장애 유형별 ‘Hear Me Later’ VR 체험을 위한 구현 화면의 결과는 그림 9와 같다.
4. 실험 및 분석
본 연구에서 시각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제안한 ‘Hear Me Later’ VR 콘텐츠 구현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시연에 참여한 사용자들의 인식 개선에 변화 여부를 통한 효과를 검증하고자 한다.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필수로 받아야하는 사용자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받아본 적은 있으나 VR 기반 장애 인식 개선 프로그램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을 실험 대상으로 모집하였다.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실험 환경을 점검하고 수정 보완하여, 2020년 6월 2일부터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일주일간 진행하였다. COVID19로 인한 학기 중 청소년들의 실험 참여에 대한 제약과 안전상의 문제로 인해 가장 근접한 연령대 중 조건에 맞는 대상자를 모집하였고, 최종적으로 실험에 참가한 피실험자는 총 8명으로 10대 남성 두 명, 20대 초반 남성 한 명과 여성 다섯 명으로 하였다.
본 실험은 장애 인식 개선의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Lee (2017)가 제안한 장애 인식에 대한 지표를 활용하였다[1, 9]. 본 지표는 장애인에 대한 거부, 장애인의 행동에 대한 오해와 편견, 장애인의 인권의 영역으로 총 3가지 척도와 세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 콘텐츠는 ‘시각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이므로 기존 지표에서 시각 장애인에 적합한 문항으로 맥락을 수정 보완하여 최종적으로 3가지 척도에 대해 각각 3문항씩 총 9개 세부문항으로 설문지를 설계하였다. 설문은 5점척도로 평가하는 것으로 긍정일수록 점수가 높게 배점 하였다.
실험 참가자는 ‘Hear me Later’ VR 체험 전에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Test 1, 이하 T1). 그리고 이어서 컨트롤러 활용 방법을 충분히 습득시키고, 어지러움을 느낀다면 바로 알려 달라는 주의를 준 후,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Hear Me Later’ VR 체험을 시작한다 (Experience 1, 이하 E1). 교육이 끝난 후, 사전 설문지와 같은 내용의 사후 설문을 실시한다(Test 2, 이하 T2). 이는 본 교육의 효과성을 교육 체험 후에 ‘시각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유의미하게 향상 되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T1과 T2 결과를 비교하고자 한다.
실험 참가자들의 시각 장애인에 대한 3가지 인식 척도에 대해 ‘Hear Me Later’ 교육 사전, 사후 평가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도출하였다. 교육 전에는 모든 항목에 대해 평균 2.4에서 교육 후 평균 3.9로 인식 부분 전반적으로 30% 상승 하였고, 모든 참가자들은 전후의 뚜렷한 결과의 변화를 보였다. 특히, 3가지 척도 중, 시각 장애인의 행동과 오해에 관련한 문항에서 전체적인 평균보다 4%로 가장 큰 상승을 보였다. 본 실험을 통해 VR 콘텐츠가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에 뚜렷하게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것을 알 수 있다.
T1 | T2 | |||
---|---|---|---|---|
Average | StDev | Average | StDev | |
Item 1 | 2.4 | 0.53 | 3.8 | 0.7264 |
Item 2 | 2.1 | 0.8433 | 3.8 | 0.8819 |
Item 3 | 2.7 | 0.706 | 4 | 0.72 |
5.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기존에 진행되던 시각 장애 인식 개선에 대한 교육의 개선을 위해 VR을 기반으로 시각장애인의 시선과 환경에서 체험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Hear Me Later’ VR 콘텐츠를 설계 및 구현하고, 인식개선의 효과성을 검증하는 연구를 수행하였다.
모두가 평등하게 공존하는 미래 사회를 책임질 중고등학생들을 주타겟으로 하고, 유사한 경험의 공유가 가능한 20대 초 중반의 청년들을 부타겟으로 하여, 비장애인들에게 평범한 일상과 활동이 시각 장애인에게 어느 정도의 불편함을 주는 일상인지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표를 두었다. VR 체험은 한 학생이 하루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구성하여 기상부터 하교까지 주요한 장소와 활동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구성하였다. 특히, 콘텐츠 내의 장소인 맵과 활동인 퀘스트는 실제 장애인들의 일상에서의 불편함과 비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의 체험에서 희망하는 활동을 조사하여 이를 기반으로 집, 등교길, 학교, 하교길에서의 세부적인 어려움들을 활동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완벽한 물리적인 환경은 아니지만, 가장 근접한 체험이 가능한 VR 체험에 참여한 비장애인 사용자들이 시청각적인 불편함을 통해서 장애인들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하였다. 이는 효과에 대한 검증을 위한 실험에서 VR 체험의 사전, 사후 설문을 통해 실험 참가자들이 확연하게 인식의 개선이 이루어지는 결과로 증명이 되었다.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Hear me Later’ VR 콘텐츠는 기존에 강의 중심의 인식 개선 교육, 안전성과 공간 구축, 교육대상자 확대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체험 프로그램 등을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장애 인식 개선 교육과 프로그램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한편, VR 교육이 공간 구축에 대한 부담이 적더라도 실제 교육으로 적용하는 경우, 기기의 개수만큼 체험이 동시에 가능한 한계점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모니터링’ 교육을 동시에 시행하는 것을 함께 제안한다. 직접 VR 체험을 하는 사용자 뿐 아니라 체험에 참여를 하지 않는 사용자들도 모니터를 통해서 간접 체험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여 교육의 대상과 효과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Hear me Later’ 는 시각 장애에 범위를 한정하여 콘텐츠를 개발하였으나, 이는 다양한 장애 영역으로 확대하여 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한편, 본 연구의 한계점으로는 주 타겟으로 선정한 중고등학생들이 사회여건상의 한계로 인해 실험 검증 참여가 2명에 그치고, 부타겟으로 설정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6명인 점, 그리고 전체 실험 참가자의 숫자가 적은 점을 들 수 있다. 추후 더 많은 실험 대상자들을 통해 체험을 통한 인식 개선의 정도 뿐만 아니라 추가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수렴하여 지속적인 발전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기존에 장애인들을 보조하기 위한 연구들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보조 도구나 장치들을 연동하여서 장애인들의 일상 체험을 더욱더 확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10].